정보제공

지난 일요일
작성자 : bha1070   작성일 : 2018-02-06   조회수 : 2257
파일첨부 :

지난 일요일

 

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  안재연

 

장마아 완연한 여름날 우린 바다로 향했다. 쌓여있는 업무들.

집안일 등등 여러 가지 일상적인 것들을 모두 뒤로한 채 복슬

복슬 털 뭉치 복돌이아 우리 부부는 동해 바다로 여행을 떠났

다. 장마라 서울은 날이 흐렸지만 동해로 가수록 파란 하늘에

새하얀 구름 뭉치들이 펼쳐지기 시작했다. 산곡때기를 지날

때 차창을 살짝 내리자 물을 머금은 풀잎냄새아 나무껍질 냄

새,  촉촉한 흙냄새가 차안에 가득했다. 복돌이도 즐거운지 폴

짝폴짝 뛰며 차창 너머로 발가락을 들이밀고 코를 킁킁 거린

다. "자기야 저기 좀 봐! 넘 이쁘지 않아?" 남편에게 물었다.

한참을 뜸을 들인 후에여 남편음 "어어 그러네... 좋네..." 화

려한 감정표현을 하는 나에 비해 감정표현이 서툰 남편은 탁

트인 자연풍경이 별로하는 듯 시큰둥 대답했다. 운전에 집중

하라고 더 이상 말 시키지 않고 남편대신 강아지 복돌이

에게말한다. "복돌아 어때? 넘 이쁘지? 저 산좀봐~" "어머

저 구름 봐봐" 복돌이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며 내 말에 화답

한다. 펜션에 도착한 우리는 방에서 휴식을 취했다. 바다가

펼쳐지는 창문을 여미 '철썩철썩' 파도소리가 밀려오고 시원

하고 짭조름한 바다내음이 방안가득 밀려와 코끝을 자극했다.

반려견과 함께할 수 있는 숙박업체를 찾기가 힘든에 요즘은

많이 생긴 것 같다. 아이가 없는 우리부부는 단 둘이 단출하

고 심심했는데 복돌이라는 강아지로 인해 너무나 많인 이야깃

거리가 풍성한 우리 가족이 된 것 같다.

다음날 우린 커플용 자전거를 타기로 했는데 장애가 있는 내

왼쪽 다리는 페달을 밟을 수 없었다. 급한 대로 머리끈으로

묶어 봤지만 페달에서 발이 바닥으로 자꾸 떨어졌다. "오빠

잘 묶어봐! 어어~ 나 넘어지잖아~ 그렇게 잡으면 어떡해?" 난

괜히 신랑에게 짜증을 했다. "자기는 장애를 몰라! 내가 얼마

나 불편한지 알아?"중심을 잡아보라는 신랑 말에 괜히 하를

내며 나는 신람이 내 장애를 몰라준다며 신람에게 분풀이를

하는 것이다. "에잇 자기 혼자 타 난 몰라!" 신랑이 가버린다.

예전에는 자전거도 타고 스쿼시도 하고 수영도 하고 못 하는

게 없었는데 커플용 자전거 타는 것도 힘든 장애응 입은 내

자신을 돌아보니 잠시 화환이 밀려왔다.

'철썩 철썩 쏴아~' 파도소리가 밀려온다. 토라져 있는 나에게

신랑이 다가왔다. "자기야 우리 레일바이크 타러가지!" 커플

용 자전거 타기는 실패했지만 레일바이크는 우리가 탈 수 있

을 것이라며 내 손을 잡는다. 나는 금세 신나져서 귀염둥이

복돌이와 함께 레일바이크에 올랐다. 탁 트인 바닷가는 끝없

이는 바다와 함께 시원한 바닷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린다.

그런데 갑자기 안개가 낀 듯 뿌옇게 눈앞이 흐려지며 눈물이

고였다.

저저너를 타고 싶어 하는 나를 위해 고심했을 신랑을 생각하

니 고맙고, 커플용 자전거를 못타 주어서 또 미안했다. 선물

의 묵직하고 두터운 손을 꼭 잡고 말했다 "자기야 고마워..."

신람이 미소 짓는다.

삶은 장맛 속 흐린 날처럼 때론 어려움도 있지만 맑게 개인

탁 트인 하늘과 같은 행복한 선물을 준다. 

이전글 나눔바자회가 있던 날
다음글 노후의 나의 삶